기획전시

전시 소개

2025 기획전시: 기억·비전·공명

이 전시는 디지털미디어아트의 감성으로, 18세기 말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던 신앙공동체 ‘공소’의 현장에서 시작해, 성녀 힐데가르트(1098-1179)의 비전으로 이어지고, 충청도 서산 출신 화가인 안견이 1447년에 그린 몽유도원도가 안내하는 내면의 여정으로 마무리되는 30분의 몰입형 체험을 선사합니다.
관객은 ‘기록’·‘비전’·‘공명’이라는 세 축을 따라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다층적 시공간에 초대됩니다.

제1부: 기록된 기억의 현장
18세기 말에 시작된 , 공소(公所)는 19세기 이후 박해를 피해 모여든 신자들의 공동체인 교우촌의 영적 중심지로 기능하며, 그 신앙공동체의 연대와 신앙 전승에 중요한 터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사진작가 이성호는 울주 죽림굴·경주 와항·해미 대곡리 등 20여 곳에 남은 공소 건물에서 책갈피와 촛불 자국, 벽에 걸린 성화를 사진으로 포착합니다. 우리는 이를 디지털 영상으로 재구성하여, 한때 신자들이 드렸을 간절한 기도의 숨결과 공동체의 연대를 오롯이 화면 위에 되살립니다. 관객은 화면 속 공간을 헤엄치며, 잊혀졌던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자신의 시선으로 재발견하게 됩니다.

제2부: 비전의 빛, 영적 계시
이 전시는 중세의 선구적 신학으로 현대 생태신학의 기초를 다진 힐데가르트(1098-1179)의 사유를 바탕으로 합니다. 성녀 힐데가르트는 자연치유·음악·문학·여성 리더십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었습니다. 그의 사유를 통해 당시의 사회개혁 정신과 문화적 영감을 오늘날 지역 공동체에 되살리고자 합니다.

중세 신비가 성녀 힐데가르트 폰 빙엔(1098-1179)은 『Scivias』에서 26개의 비전을 통해 우주와 하느님의 뜻을 펼쳐 보였습니다. 그 가운데 핵심 10장면을 엄선해, 원화의 색채와 상징을 현대 영상 언어로 환기한 는 “길을 알라(scivias)”는 메시지를 시각과 음악으로 재현합니다. 영상 속 찬란한 빛과 형상이 교차할 때,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선각자의 비전에 직접 초대된 체험자가 됩니다.

제3부: 빛으로의 여정, 내면의 공명
는 ‘몽유도원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고, 동굴과 물의 흐름, 두 파트로 구성된 몰입형 영상입니다.

- The Cave: 깊은 동굴을 걷듯, 관객은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내면을 응시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 Reborn: 물방울이 공중에서 맺혔다 흩어지듯, 고요한 정지와 역동적 유영이 반복되며 “재탄생”의 찰나를 압축 체험시킵니다.

이 여정 끝에는 몽유도원도가 암시하던 이상향의 빛이 펼쳐지고, 관객은 영상이 남기는 잔향 속에서 스스로 ‘새로이 시작된 나’를 맞이하게 됩니다.

“기억”에서 “비전”을 거쳐 “공명”으로이어지는 이 30분의 여정은,
- 과거의 기록을 복원하며 뿌리 깊은 연대감을 느끼고,
- 비전의 빛에서 초월적 깨달음을 얻으며,
- 공명의 여정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경험하게 합니다.

이 모두가 디지털미디어아트의 힘으로 한데 엮여, ‘문화선교’로서의 예술적 의미를 오늘의 우리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heritage

공소: 바람의 자리

러닝타임: 6분
작가소개
이성호 | Lee Seoung Ho

이성호 작가는 ‘공소’, ‘정미소 프로젝트’, ‘미군부대 캠프워커’, ‘대구수도Project’, ‘낙동강역사기록’ 등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기억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오늘날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공소의 역사적 흔적을 추적하며 사진으로 아카이브하고, 신자들의 교우촌에서의 삶을 시각적으로 유추할 수 있도록 그들의 시선으로 공소를 바라보며 촬영한다. 그의 사진은 한국의 가톨릭 역사의 궤적은 물론, 공동체의 이상을 신앙 속에서 마주한 조선 후기의 민중 의식을 엿보게 한다.

주요 전시로는 출판기념초대전 ‘공소’(2024, 갤러리인덱스), 부산국제사진제특별전 ‘공소’(2021, F1963), 대구사진비엔날레기획전 ‘정미소프로젝트’(2018, 대구예술발전소), 가톨릭성지(2019, 갤러리1898) 등 15회 개인전 및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art

Viriditas (푸르름)

러닝타임: 10분
작가소개
힐데가르트 폰 빙엔 | Hildegard von Bingen

힐데가르트 폰 빙엔(1098-1179)은 중세 독일의 수녀장이자 신학자·작곡가·화가·자연학자로, 하나의 비전 아래 예술과 과학을 넘나드는 독창적 세계를 구축했다. 2012년 시성되어 ‘교회 학자(Doctor of the Church)’에 오른 그녀의 사상은 영성과 자연, 인간 내면을 통합적으로 조망하며 현대 생태신학의 토대를 놓았다.

대표작으로는 ‘Scivias’(신학서), ’Liber Vitae Meritorum’(신학서), ’Liber Divinorum Operum’(신학서), ‘Physica’(자연학서),‘Causae et Curae’(의학서), ‘Symphonia armoniae celestium revelationum’(성악집) 이 있다.
message

The Journey (빛으로의 여정)

러닝타임: 11분
작가소개
아하콜렉티브 | AHA Collective

아하콜렉티브(b.2018)는 동양화를 전공한 네 명의 작가(김샛별, 박주애, 정혜리, 최지원)로 구성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으로 동양화 및 한국화를 아울러, ‘한국적임 Koreanism’으로 일컬어지는 미적 이미지들을 해체한 후 이질적 소재 및 동시대 이슈들과 결합시키며 재구조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아하콜렉티브는 전통과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과 같은 상대적 속성 아래 개연성을 띤 맥락을 발견하고, 이로부터 도출된 새로운 관점을 미디어 기반의 서사방식을 통해 탐구한다. 내러티브와 물리적 소재의 ‘고유성'을 현실과 가상세계 안팎에 놓이게 하여 대안적 환경에 대한 상상, 지속 가능한 이상적 세계에 대한 상징적 질문들을 던진다. 지속적인 다학제간 연구와 협업을 통해 개념의 맥락, 도구의 물성, 인적/시공간적 환경의 연대가 맞물릴 때 발현되는 파급력을 기대하며 작업하고 있다.

주요 전시로는 ‘The Visitor’ (2024, 제주현대미술관 공공수장고), ‘ppp pppp ppppp’(2023,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UP-DOWN COUNTER’ (2023,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2023 수원화성 미디어아트’(2023, 수원화성 창룡문) 등이 있다.